새벽 다섯 시쯤이었을까.
잠이 한 번 끊어졌다가 다시 이어지지 않고, 어정쩡하게 눈을 뜬 채 누워 있었다. 몸이 먼저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리고 그다음이 감정이었다. 당황함. 아주 짧게, 그러나 분명하게 올라왔다. 곧이어 창피함이 뒤따랐다. 누구에게 들킨 것도 아닌데, 괜히 이불을 한 번 더 여미게 되는 그런 종류의 민망함.
이 나이에 이런 일이 생긴다는 건, 어딘가 어색하다. 몸은 분명히 시간을 먹고 늙어가고 있는데, 어떤 순간은 그 시간을 전혀 모르는 듯하다. 그 간극이 낯설다. 조금 웃기기도 하고, 조금은 씁쓸하기도 하다.
꿈속의 장면은 또렷하지 않다. 얼굴이 희미하다. 누구였는지, 어디였는지, 정확히 붙잡히지 않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몸만은 선명하다. 완벽한 몸매, 과장된 것처럼 또렷한 윤곽, 그리고 말보다 앞서는 강한 몸짓. 현실에서는 점점 잦아드는 감각들이 꿈속에서는 도리어 과장되어 나타난다.
눈을 뜨고 나면, 그 모든 것은 금세 흐려진다. 대신 남는 것은 감정의 잔열이다. 부끄러움과 어색함, 그리고 설명하기 어려운 어떤 생기. 그것이 꼭 젊음이라고 말하기엔 조금 어색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무언가.
거울을 보면, 쉰넷의 얼굴이 있다. 주름이 조금 더 깊어졌고, 표정에는 시간이 묻어 있다. 그런데 가끔은 그 얼굴 뒤에서, 다른 무언가가 슬쩍 고개를 내민다. 아직 마음은 청춘이라는, 조금은 억지스럽고 조금은 집요한 감각. 그것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당황스럽기도 하고, 어쩌면 다행스럽기도 하다.
사람은 나이를 먹으면서 많은 것을 내려놓는다고 한다. 욕심도, 감정도, 기대도. 그런데 어떤 것들은 끝내 내려놓아지지 않는다. 오히려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이렇게 불쑥 모습을 드러낸다. 그것은 의지와는 상관없이 찾아와, 잠깐 흔들고 지나간다.
그래서 그 새벽은 조금 특별했다.
길지도 않았고, 대단한 일도 아니었지만,
지나간 뒤에도 한동안 마음 어딘가에 남아 있었다.
마치 식지 않은 온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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