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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묻는 사람

창작글 (낙서)

by 주지헌 2026. 4. 6.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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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마다 전화가 온다. 시간은 늘 비슷하다. 마치 알람처럼 정확하다. 수화기를 들면 거의 예외 없이 같은 말이 먼저 나온다.
“밥 먹었냐.”

  나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이미 답을 알고 있다는 듯이 대꾸한다.
“엄마, 나 원래 아침 안 먹잖아.”

  말끝에는 짜증이 묻어 있다. 숨기려고 하지도 않는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그 질문을 들으면 마음이 먼저 닫힌다.

  전화를 끊고 나면 늘 조금 불편해진다. 굳이 그렇게 말할 필요가 있었나 싶고, 조금만 부드럽게 대답할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늦게 따라온다. 하지만 그때뿐이다. 다음 날이 되면 또 같은 일이 반복된다.

 엄마는 여든이 넘었다. 그리고 지금은 요양병원에 누워 있다. 버스에 치였던 그날 이후로 벌써 1년이 넘었다. 그 사고로 두 다리는 심하게 망가졌고, 나는 이제 다시는 걸을 수 없을 거라고 짐작하고 있다. 사람 일이란 게 모르는 거라고, 기적이라는 게 있을 수도 있다고 스스로를 달래보기도 했지만, 마음 한켠에서는 이미 알고 있다.

 그런데 엄마는 여전히 다른 말을 한다.

  “나으면 다시 나가야지.”
  “폐지라도 주워야지.”
  “가만히 있으면 누가 한푼이라도 주냐?”

  그 말은 이상할 만큼 또렷하고 단단하다. 마치 아직도 내일이면 일어나 골목을 걸어 나갈 수 있는 사람처럼 말한다. 나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한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엄마는 아직 가능하다고 믿고 있는데, 나는 이미 불가능하다는 쪽에 가까워져 있다. 그 사실을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무언가 돌이킬 수 없게 될 것 같아서 그냥 말을 삼킨다.

  요즘 들어 엄마의 말은 점점 더 반복된다. 같은 이야기를 하고, 같은 질문을 하고, 방금 했던 말을 금세 잊는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나이가 들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반복이 점점 또렷해지면서, 이게 단순한 건망증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아마 치매가 시작된 것 같다.

  그래서일까. 그 “밥 먹었냐”는 질문도 이제는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는 걸 안다. 엄마에게 그 말은 어제의 연장이 아니라 매번 처음 꺼내는 말이다. 나는 그걸 알면서도 매번 같은 실수를 한다. 처음 듣는 사람에게 두 번째처럼 대답하고, 처음 묻는 사람에게 지친 사람처럼 화를 낸다.

  전화를 끊고 나면 방 안이 조용해진다. 아무 소리도 없는데 그 말은 계속 남는다. “밥 먹었냐.” 그건 단순히 식사를 묻는 말이 아니라는 걸 이제는 안다. 내가 잘 살고 있는지, 아픈 데는 없는지, 오늘도 괜찮은지를 확인하는 방식이라는 걸 늦게야 이해한다.

  엄마는 이제 걸을 수도 없고, 기억도 자꾸 흘리고 있지만 그래도 나를 걱정하는 방법만은 잊지 않았다. 어쩌면 그게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습관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 마음이 아프다. 나는 점점 잊어가고 있는 것을, 엄마는 끝까지 붙잡고 있는 것 같아서.

  그래서 나는 오늘도 전화를 받는다. 같은 시간, 같은 목소리, 같은 질문. 그리고 또 같은 대답을 한다. 그러고 나서 또 같은 후회를 한다.

  언젠가는 그 전화가 오지 않는 날이 올 것이다. 엄마의 목소리가 아침을 깨우지 않는 날. 그때가 되면 나는 알게 될 것이다. 그 지겹다고 생각했던 질문이 사실은 내 하루를 붙잡고 있던 마지막 인사였다는 걸. 그때 가서야 나는, 한 번도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던 그 질문에 대해 오래 생각하게 될 것이다.

@ 생성형 AI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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