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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잘 모르는 옛 ‘설날‘ 풍경 이야기

창작글 (낙서)

by 주지헌 2026. 2. 16.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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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설날 풍경을 보면 참 많이 달라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긴 연휴만 되면 다들 해외나 국내로 여행을 떠나느라 공항이 붐비고, 집에 모여 있어도 각자 휴대전화를 붙잡고 조용한 집이 되곤 합니다. 하지만 제가 어릴 때만 해도 설날은 말 그대로 동네 전체가 함께 움직이는 날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요즘 젊은 분들은 잘 모를 수도 있는, 옛날 설날 풍경을 그냥 이야기하듯 풀어보려 합니다.

  설날 전날부터 집안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대청소를 한다고 온 집을 뒤집어엎듯이 치웠고, 창문은 신문지로 닦고 방바닥은 걸레로 박박 문질렀습니다. 어른들은 묵은 때를 벗겨야 새해 복이 들어온다고 진지하게 말씀하셨습니다. 부엌에서는 전 부치는 기름 냄새, 고기 삶는 냄새가 하루 종일 진동했고, 아이들은 그 냄새만 맡아도 벌써 설날이 온 것 같아 들떴습니다. 요즘처럼 밀키트나 배달 음식이 흔하지 않던 시절이라 명절 음식은 거의 전부 집에서 만들었고, 온 가족이 달라붙어 준비했습니다.

  설날 아침이 되면 새 옷을 입는 일이 큰 행사였습니다. '설빔'이라고 해서 평소에 잘 못 입던 새 옷이나 조금 좋은 옷을 꺼내 입었습니다. 옷 한 벌이 귀하던 시절이라 설날에 입는 새 옷은 괜히 어깨가 으쓱해질 만큼 특별했습니다. 신발도 깨끗이 닦고 머리도 단정히 빗고, 거울 앞에서 괜히 몇 번 더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차례 지내는 풍경도 지금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상 위에는 전, 나물, 탕국, 과일이 가득 올라갔고, 상 차리는 순서 하나하나에도 의미가 있다며 어른들이 신경을 많이 쓰셨습니다. 아이들은 차례가 길어지면 지루해서 발을 동동 구르며 세뱃돈을 언제 받느냐는 표정을 짓곤 했습니다. 그래도 막상 절을 올릴 때는 괜히 엄숙해져 허리도 더 깊이 숙이고 목소리도 작아졌습니다.

  저는 장애가 있어 큰절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바닥에 앉은 채로 허리만 굽혀 인사를 드렸습니다. 처음에는 남들처럼 제대로 절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괜히 눈치도 보이고 마음이 조금 위축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어른들은 그런 제 모습을 당연하게 받아들여 주셨고, “그래, 인사 잘했다. 올해는 건강해져서 꼭 뛰어 다녀라”라고 하시며 따뜻하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렇게 허리 숙여 인사를 드리고 세뱃돈을 받을 때, 괜히 더 정성껏 인사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새 지폐의 빳빳한 감촉과 함께 그 순간의 공기가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차례가 끝나면 동네 어른들께 세배 다니는 것도 큰 일이었습니다. 나이 많이신 어르신이 계시는 집 위주로 돌아다녔습니다. 새해 인사드리리려고 왔다고하면 반갑게 맞아주셨고 덕담과 함께 새뱃돈도 챙겨 주셨습니다. 동네 전체가 서로 안부를 묻고 얼굴을 마주하는 날이라 골목마다 아이들 웃음소리와 어른들 인사 소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아이들끼리는 설날에 즐기는 놀이도 따로 있었습니다. 연날리기, 윷놀이, 제기차기 같은 놀이를 동네 공터나 마당에서 했습니다. 요즘처럼 게임기나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이라 몸으로 노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연이 바람을 타고 높이 올라가면 괜히 내가 대단한 사람이 된 것 같아 소리를 질렀고, 윷놀이를 하다가 말이 잡히면 괜히 진 사람에게 왜 거기에 놨느냐며 티격태격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또 금세 웃고 다시 놀았습니다. 그때는 하루 종일 밖에서 놀아도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를 만큼 몰입했습니다. 전 옆에서 구경만 해도 즐거웠습니다.

  설날 저녁이 되면 온 가족이 모여 앉아 텔레비전을 보았습니다. 특집 영화나 명절 특집 프로그램이 나오면 그것만으로도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텔레비전이 집집마다 흔하지 않던 시절에는 텔레비전 있는 집에 사람들이 모여 함께 보기도 했습니다. 어른들은 막걸리 한 잔을 기울이며 옛날 이야기를 나누었고, 아이들은 졸린 눈을 비비며 끝까지 보겠다고 버티다가 이불 위에서 그대로 잠들기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따뜻한 풍경이었습니다.

  지금의 설날이 나쁘다는 뜻은 아닙니다. 각자 편한 방식으로 쉬고 여행을 떠나며 자기 시간을 보내는 것도 충분히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예전 설날에는 함께 모여 있다는 느낌이 훨씬 강했습니다. 집이 북적거리고 골목이 시끄럽고, 서로 얼굴을 보며 인사를 나누는 풍경이 자연스러웠던 시절이었습니다. 요즘 젊은 분들이 보면 조금 번거롭고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그때는 그것이 명절의 당연한 모습이었습니다.

  가끔은 그런 옛 설날 풍경이 그리워지기도 합니다. 특별히 대단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사람 냄새가 나고 집집마다 불이 켜져 있고 웃음소리가 들리던 그 분위기가 떠오릅니다. 명절이란 원래 그런 것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화려하지 않아도 함께 모여 “올해도 잘 살아보자”라고 얼굴 보며 마음을 나누는 시간 말입니다.

@ 옛 설날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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