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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아침, 꽃할배를 떠올리며

창작글 (낙서)

by 주지헌 2025. 11. 25.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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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부터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창밖을 보면 흐린 하늘과 젖은 골목이 조용히 하루를 열고 있었고, 빗방울이 유리창을 타고 흘러내리는 소리가 괜히 마음을 느리게 잡아당기는 그런 아침입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TV를 켜두고 하루 준비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화면 하단에 속보 자막이 스쳤습니다. 이순재 선생님 별세 소식이었습니다.

  그 순간 눈길이 멈추고 마음이 살짝 뚝 끊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수많은 드라마 속 모습이 아니라, 저는 자연스럽게 꽃보다 할배 속 선생님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케리어와 가장을 메고 낯선 도시를 빠르게 걸어가던 '직진 순재'의 모습, 투덜대듯 하면서도 결국 누구보다 든든하게 앞장서던 모습, 그리고 작은 풍경 하나에도 감탄하던 그 표정까지. 아침 비처럼 느리게, 잔잔하게 마음속에 스며들었습니다.

출쳐 : https://oeju.kr/1653d08b8f4191

  비 소리와 TV 소리가 섞여 조금 묘하게 들리던 그때, 선생님에 대한 시간이 하나씩 떠올랐습니다. 그러면서도 문득 마음 한쪽이 조용히 욱하듯 아려 왔습니다.
  저는 선생님을 드라마와 예능에서만 기억하고 있었지, 정작 평생 연극인으로 살아오신 그분의 무대 연기는 한 번도 직접 보지 못했구나하는 사실이 그때야 선명하게 다가왔기 때문이었습니다.

  언젠가는 보겠지, 공연 하나쯤은 기회가 있겠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마음이 막상 손이 닿지 않는 순간이 되어버리니 후회로 바뀌어 아침 비처럼 서늘하게 떨어졌습니다.
  그렇게 한 번 놓친 기회는 영영 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오늘 아침 비 속에서 새삼 깨달았습니다.

  그럼에도 선생님이 남겨주신 것들은 참 많습니다.
  꽃할배를 보며 웃었던 시간들, 마음이 괜스레 편안해지던 순간들, 그리고 어른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따뜻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던 그 모습들. 그래서인지 비가 내리는 아침 속에서 그분을 떠나보내는 마음이 더 조용하고 깊게 일렁였습니다.

  창밖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고 저는 잠시 TV 소리를 낮춘 채 빗소리를 들으며 마음을 정리했습니다. 후회도, 아쉬움도, 감사함도 모두 비와 함께 천천히 스며드는 듯한 그런 아침이었습니다.

  비 내리던 이 아침, 꽃보다 할배 속에서 늘 따뜻하고 든든했던 어른을 떠올리며 조용히 마음을 모읍니다.
  그동안 제 일상 곳곳에 남겨주신 따뜻함에 깊이 감사드리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출처 : https://m.news.nate.com/view/20251125n04744?mid=e01&list=recent&cp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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