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마지막 날.
햇살은 아직 가을인데, 공기는 벌써 겨울 냄새가 난다. 바람이 얼굴을 스치자 마음이 조금 일렁인다. 오늘은 그냥 장을 보러 나온 건데, 대형마트 한 구석엔 이미 성탄 관련된 상품이 진열돼 있다.
보기만 해도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컵들, 트리 장식, 반짝이는 오너먼트들.
‘아직 10월인데… 벌써 크리스마스라니.’ 괜히 혼자 피식 웃음이 났다.

나는 결국 크리스마스 컵 하나를 집어 들었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냥 예뻤고, 그 순간 그게 내게 꼭 필요한 온기처럼 느껴졌다.
집에 돌아와 컵을 꺼내놓으니, 괜히 마음이 포근했다. 작은 물건 하나가 하루의 기분을 이렇게 바꿔놓을 줄이야.

동네 카페에서도 귀에 익은 캐럴이 흘러나왔다.
케롤을 듣는 순간, 오래전 교회에서 성탄절을 준비하며 행복해했던 기억들이 스쳤다.
성탄절 한 달 전부터 성가대 대원들과 크리스마스에 올릴 칸타타를 연습했던 늦은 밤, 서로의 음정을 맞추며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 갔던 기억들. 그리고 크리스마스 전날, 또래 사람들과 밤새 이야기를 나누며 깔깔거리던 따뜻한 시간들.
그 모든 장면이 오래된 필름처럼 마음속에서 천천히 되살아났다. 창밖에 눈이 내리던 그 시절의 공기마저도, 아직 내 안 어딘가에 살아 있는 듯했다.
요즘 유튜브 알고리즘에도 크리스마스 영상이 간간히 뜬다.
재즈로 이어진 케롤 매들리, 70 ~80년대 크리스마스 거리 풍경, 예쁜 추리장식들, 괜히 그런 걸 보며 나도 올해 크리스마스를 잘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환경에서 맞이하는 첫 겨울, 첫 성탄절이라 그런지, 조금 낯설고 또 설렌다. 예전처럼 누군가와 떠들썩하게 보내진 않더라도, 조용히 베란다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눈내리는 풍경을 바라보는 크리스마스도 괜찮을 것 같다.
계절은 또 이렇게 흘러가고, 마음은 그 뒤를 따라간다.
시간은 늘 빠르지만, 이런 순간들은 천천히, 오래 남는다.
벌써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나에게 뭔가를 선물하고 싶다.
(근데 돈이...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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