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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같은 도시에서 잃어버린 생명들

창작글 (낙서)

by 주지헌 2025. 10. 17.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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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날씨가 괜찮아서 그냥 바람 좀 쐬고 싶어 길을 나섰다. 도시는 여전히 바쁘고 분주했지만, 나에겐 특별한 목적이 없었다. 인도는 낙엽이 떨어져 있어야 할 거리였지만, 누군가 부지런히 쓸고 간 듯. 바람이 불어도 굴러다닐 낙엽은 없었다. 가로수는 가을옷을 입고 바람에 몸을 살짝 맡기며 천천히 흔들거리고 있었다. 도시는 그렇게 가을에서 겨울로 계절이 바뀔 준비를 하고 있었다. 도시, 아무생각 없이 보면 자연과 잘 어우러진 도시처럼 보였지만 그 모든 것이 사람의 손이 만든 인위적인 풍경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잘 정돈되고 규칙적인 공간 속에서는 살아 있는 자연의 숨결이 쉽게 느껴지지 않았다.  건물마다 유리창이 햇빛을 받아 반짝였고, 그 유리창에는 하늘과 구름이 그대로 비쳤다. 얼핏 보면 하늘을 품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건 진짜 하늘이 아니었다. 단지 반사된 하늘이었다.

  한참을 가다가 유리 건물 앞에서 멈췄다. 바닥에 새 한 마리가 엎어져 있었다. 날개는 살아야 겠다고 푸덕거리고 있었고 검정색 눈은 아직 감기지 않았다.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지나쳤다. 웃으며 통화하는 사람, 핸드폰 화면만 바라보는 사람, 아무도 그 새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조금 뒤 어디선가 고양이가 나타나 새를 냄새 맡더니 순식간에 물고 사라졌다. 유리창에는 하늘이 비쳤다. 아마 그 새는 그걸 진짜 하늘이라 믿고 날아올랐다가 그대로 벽에 부딪혔을 것이다. 벽에 부딪혀 떨어진 생명을 고양이가 물어가는 장면까지 본 뒤, 인간이 만든 허울뿐인 자연과 그 아래 벌어지는 생명의 현실이 한순간 내게 밀려왔다.

  휠체어를 다시 움직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유리 건물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반사된 하늘과 구름. 그걸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벽에 부딪히는 건 새가 아니라 우리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도시가 반짝일수록, 그 아래 감춰진 생명의 흔적은 늘어난다. 사람들은 그것을 보지 않는다. 보기 싫어서가 아니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인공적인 푸름과 깨끗한 거리, 조용한 도시의 풍경 뒤에서 생명들은 여전히 사라지고 있다.

  도시는 푸른빛으로 칠해져 있었다. 화단의 나무, 벽의 그림, 아파트의 이름까지 ‘숲’, ‘그린’, ‘에코’라는 단어로 덧씌워져 있었다. 사람들은 그것을 보며 안심한다. ‘우리는 자연과 함께 살고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건 거짓말이다. 진짜 자연은 이런 도심 한가운데서 살아남기 어렵다. 바람의 방향까지 설계된 공간 속에서 생명은 숨 쉬기 힘들다.

  유리벽에 부딪혀 죽은 새는 말이 없었다. 그러나 그 침묵은 도시의 진짜 소리처럼 느껴졌다. 아무도 듣지 않지만, 분명 존재하는 소리였다. 인간의 편리함과 욕망이 만든 구조물 속에서 매일 생명들이 사라지고 있다. 하지만 그 죽음은 기록되지 않는다. 청소 시스템은 너무 빠르고 깔끔해서 흔적조차 남지 않는다.

  다시 천천히 움직였다. 눈앞에는 여전히 반짝이는 유리창이 줄지어 있었다. 하늘을 닮은 벽이 하늘을 가리고 있었다. 그 속에서 나는 묘한 불안함을 느꼈다. 그 불안은 슬픔과는 달랐다. 마치 이 도시에 사는 우리 모두가 이미 그 벽에 조금씩 부딪히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자연을 잃어버린 세상에서 인간이 편안하게 살 수 있을까, 진짜 생명이 없는 도시에서 우리는 정말 살아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날 이후로 나는 유리 건물 앞을 지날 때마다 바닥을 본다. 어쩌면 또 다른 새가 떨어져 있을지도 모른다. 하늘을 보지만, 거기엔 진짜 하늘이 없다. 대신 반사된 빛과 구름이 있을 뿐이다. 도시의 하늘은 점점 얇아지고, 언젠가 그 얇은 하늘조차 우리를 더 이상 비추지 않을지도 모른다.

  나는 오늘도 휠체어를 타고 길을 지난다. 도시의 거리와 건물은 여전히 깨끗하고 반짝인다. 사람들은 바쁘게 오가고, 카페 음악이 흘러나오고 겉보기엔 완벽하다. 하지만 나는 안다. 이 도시의 가장 완벽한 부분은, 그 안에 감춰진 생명의 흔적을 얼마나 잘 지워버리는가 하는 점이라는 것을. 그리고 나는 그 흔적 속에서 여전히 살아있는 작은 생명의 침묵을 듣는다.

@ 제미나이 AI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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