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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사과

창작글 (낙서)

by 주지헌 2025. 10. 14.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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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넘어로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가을 운동회 하는 모양이다.
확성기 소리, 응원하는 소리, 달리기 구령.
그 소리들이 바람 타고 창문으로 들어오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따뜻해졌다.
“아, 요즘도 운동회 하는구나.” 
당장이라도 가서 구경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요즘은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한다고 하더라.  

근데 뉴스에서 들은 이야기가 생각났다.
학교에서 운동회를 하는데, 주변 아파트에서 시끄럽다고 민원이 들어오고,
심지어 경찰까지 출동하고...  
그걸 보는데 좀 씁쓸하더라.
이제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도 ‘소음’이 돼버린 세상이라니.

예전엔 운동회 하면 온 동네가 들썩였다.
김밥 도시락 싸서 가서 돗자리 깔고, 친구들, 이웃들 다 같이 응원하고.
그게 가을의 풍경이었고, 일종의 축제였지.
누가 시끄럽다고 뭐라 한 사람 없었고, 오히려 그 소리 들으면 괜히 기분이 좋았어.
‘아, 우리 동네에 생기가 도는구나’ 그런 느낌.

그런데 요즘은 다르다.
세상은 조용해졌는데, 마음은 점점 각박해지는 것 같아.
나 혼자 평화롭자고 남의 웃음까지 막는 세상.

며칠 전엔 그런 영상도 봤다.
아이들이 운동장에 모여서,
한 목소리로 “죄송합니다. 저희 조금만 놀께요 감사합니다.”라고 외치는 장면.
그걸 보는데 진짜 가슴이 덜컥 내려앉더라.
아이들이 왜 사과를 해야 하지?
웃고 뛰는 게, 그렇게 미안한 일인가?

참 이상한 세상이야.
아이들 웃음소리가 시끄럽다는 사람들,
그 그 사람들에게 눈치 보며 “죄송합니다” 외치는 아이들.
가을 운동회는 여전히 열리지만,
이제 그 안엔 예전 같은 웃음 대신 어딘가 눌린 공기가 섞여 있는 것 같다.

@ 70년대 가을 운동회 풍경 (출처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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